바기오 야시장에서 한식을 만나다
『2025년 필리핀 K-콘텐츠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조사 대상 26개국 중 한국 관련 콘텐츠 이용 시간이 월 24시간 이상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91.2%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18세~22세 응답자 중 76.3%가 최소 주 2회 이상, 44.9%는 매일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대비 9.8% 증가한 수치로 필리핀에서 한국문화 및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리핀 내 한국 관련 콘텐츠 소비는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식문화, 화장품, 의류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내 주요 유통망에서 한국 관련 제품 인지도 및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식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콘텐츠를 접한 후 1년 내 한국 음식을 경험한 비율이 65.4%로, 조사 대상국 중 필리핀이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필리핀인들은 오프라인 매장(62.0%)과 온라인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40.3%)을 통해 한식을 주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좌)길게 줄지어 서 있는 야시장 매장, (우)야시장을 찾은 인파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250km 이상 떨어진 고원지대에 자리한 바기오는 '소나무 도시(City of Pines)'라는 별명처럼 청명한 공기와 시원한 기후,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사랑받는 도시다.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와 번햄 파크(Burnham Park), 세션 로드(Session Road), 마인즈 뷰 파크(Mines View Park) 같은 명소들이 바기오를 찾은 여행객들을 반가이 맞아준다.
바기오 매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매일 문을 여는 바기오 야시장(Baguio Night Market)이다. 바기오 번햄 파크 인근에 위치한 바기오 야시장은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야시장에는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우카이우카이(Ukay-ukay)부터 신발, 침구, 장신구,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여러 노점이 있다. 또한 현지 장인들이 만든 나무 공예, 직물, 그림 등도 구매할 수 있어 여행지 추억을 더할 수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길게 늘어선 노점과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밤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평일에도 밤 시간을 즐기려는 이들로 붐빈다.
야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길거리 음식이다. 숯불에 구운 닭이나 돼지 내장 꼬치인 이사우(Isaw), 바삭하게 튀긴 어묵과 달콤한 바나나튀김 바나나큐(Banana Cue), 중국 푸젠성에서 전해진 간식 키키암(Kikiam), 그리고 바기오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딸기를 얹은 타호(Strawberry Taho) 등 다채로운 음식이 관광객들 입맛을 사로잡는다. 최근 들어 다양한 외국 음식도 이곳 야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2010년대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현지인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좌)바기오 야시장에서 한식을 판매 중인 매장, (우)판매 중인 한국의 길거리 음식 - 출처: 통신원 촬영 >
K-드라마, 케이팝 유행하면서 바기오에서도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바기오에는 이미 많은 한식당이 성업 중이며 야시장에서도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바기오 야시장에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야시장을 찾는 현지인들과 관광객 모두 이를 즐기고 있다. 그렇기에 닭꼬치, 김말이 튀김, 라면, 김밥, 떡볶이 등을 맛보기 위해 야시장을 찾는 젊은 필리핀인들도 많다. 한식을 파는 가게들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는 홍보물과 케이팝을 통해 시선을 사로잡으며 적극적으로 손님을 모으고 있다. 방문한 손님들은 한국 음식이 내는 매운맛과 달콤함, 그리고 푸짐한 양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으며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온라인을 통해 그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이렇듯 바기오 야시장은 현지 문화와 더불어 한국 음식의 매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바기오 야시장에서 만난 필리핀인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대학생 마리엘 씨는 "시험이 끝난 뒤 친구들과 야시장에 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우카이우카이에서 옷도 고르고 길거리 음식도 먹고,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할 수 있어 참 좋아요."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야시장에 온 로페즈 씨는 "아이들과 저녁 먹고 나서 산책도 할 겸 들릅니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마닐라에서 휴가를 즐기러 온 조안나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바기오 야시장 후기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어요. 특히 매콤한 떡볶이랑 김말이 튀김이 선선한 바기오 밤공기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라며 방문 경험을 전했다.
이처럼 바기오 야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단순한 미식 체험을 넘어 오감으로 한류를 경험할 수 있는 창구로 변화하고 있다. 바기오 야시장은 지역 주민들 일상과 여행자들이 느끼는 설렘이 교차하는 '문화 공간'이며, 동시에 '필리핀 밤 문화'와 '한국 식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 먹거리와 문화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누구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바기오를 찾는다면 해가 진 뒤 해리슨 로드를 따라 은은하게 반짝이는 야시장 불빛과 그 안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경험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Philippines News Agency》 (2017. 9. 25). Baguio City to improve night market, https://www.pna.gov.ph/articles/1010626
- 《Inquirer.net》 (2020. 12. 2). Magalong takes blame for crowding in Baguio Night Market, https://newsinfo.inquirer.net/1367425/magalong-said-hes-to-blame-for-crowding-in-baguio-night-market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